우리 이혼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왜 만든 걸까?
처음엔 tv를 보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.
'우리 이혼했어요'라니.
이젠 하다 하다 이혼한 사람들을 불러놓고
같은 집에서 같이 지내게 하다니.
요즘 프로그램들이
너무 자극적인 거 아닌가?
분명 많은 사람들이
'뭐 이런 프로그램을 다 만들었데??'
하면서 다 챙겨볼 거라는 생각을 했다.
이 프로그램의 취지는
결혼한 부부 세 쌍 중 한 쌍이
이혼하는 대한민국에서
이혼 후 재결합이 목적이 아닌
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
새로운 관계에 대한
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.
(세 쌍 중 한쌍이 이혼이라니.
이제는 결혼해서 이혼 안 하고 사는 게
대단해진 세상이 되었다.)
나 역시나 이 프로그램이 궁금해서 봤다.
내가 궁금했던 이유는
우리 부모님도 이혼을 하셨기 때문에.
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서
이혼을 했기 때문에
가족 완전체라는 게
어떤 느낌인지 아예 모른다.
그리고 이혼사유도
경제적인 이유 때문에?
라는 두리뭉실한 것만 알고 있지
자세한 건 잘 듣지 못했다.
어릴 땐 원망도 많이 했다.
친구들한테 놀림을 당한다던지,
학교 행사가 있을 땐 나만 혼자고
다른 얘들은 다 가족들하고 있어서
너무 민망하다던지.
그래도 그런 원망들은 뒤로하고
나도 다 크고 나서는
환갑을 훌쩍 넘기신 부모님 두 분 다
외롭게 사시는 거 같아서
재결합을 권유해보았다.
근데 재결합은 죽어도 싫다고 하셨다.ㅋㅋ
이런 반응으로 보아
내 생각에 이혼의 이유는
단순히 하나가 아닌
복합적인 것들이
쌓이고 쌓여서 하게 되는 듯.
이혼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
하는 것이 아니라
덜 불행해지기 위해서
하는 것이라고 한다.
그래서 나는 이혼을 좋게 보진 않지만
정말 최악의 상황이라면
너무 안 좋은 선택만은
아니라고 생각한다.
'우리 이혼했어요'에 나오는
이혼 부부들을 보면 사연도 다 가지각색.
26년을 잉꼬부부로
살아오다가도 이혼하고,
11년을 연애했음에도
1년 반 만에 이혼하기도 하고.
함께해온 기간도, 이혼하게 된 이유들도
다 다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.
서로 캠핑을 가본다던지,
생전 선물 안 하던
장미꽃 한 다발을 선물한다던지,
이혼 후에 그리웠던 아내 음식 레시피를
남편이 아내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는 등
그들이 함께 있었을 땐
잘하지 않았던 것들을
이 프로그램 안에서 해보게 된다.
그러면서 후회한다.
이렇게 해줌으로써
상대가 이렇게나 좋아하는데
함께 있을 때
해주지 못했던 거에 대한 미안함.
이혼을 했지만 이런 시간들을 가짐으로써
그제서야 서로를 관찰하고 경청해본다.
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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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혼 후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
제시하는 취지도 있지만
'서로가 함께 있을 때라도
후회 없이 잘해주자'
라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있는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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